첫 회고를 해보면서
몇일전에, 지난 몇주간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를 처음으로 진행해봤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새로운 시도(모르는게 아는거보다 많았다는 의미)를 많이 했었는데, 그 결말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애자일 회고라는 책을 참고했다. 사실, 이 책은 이터레이션에 대한 회고법이라서, 프로젝트 마무리에 대한 회고로는 부적합한 면이 조금 있어, 약간 수정하여 적용 해봤다.
원래는, 팀에 대한 회고와, 개인에 대한 회고를 구분하여 진행하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상 시간이 많지 않아, 회고 진행과정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했다.
- 회고 목적 설명 (회고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킴) (5분)
- 회고 진행간 집중할 것과 집중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을 공지. (1분)
- 다들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다같이 뭘 했었는지 회상함. (10분 가량)
- 좋았던 점 / 개선할 점을 포스트잍에 작성 (10분간)
- 그룹핑. (화이트보드나 전지가 없어서 A4용지 2장으로 대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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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핑, 인기투표.팀원이 3명밖에 없고, 점 테이프가 없어서 생략했음.
- 나온 항목들에 대한 토론. (50분 가량)
- 회고에 대한 회고. (5분)
처음 예상 시간은 1시간 이내였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첫 회고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연습 없이 했더니 시간이 늘어난 것 같다. 좀 편안한 곳에서 느긋하게 맛있는 것을 먹으며 하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다. 좋았던 점과 개선할 점을 붙이는데, 포스트잍을 빨간색으로 하나 더 준비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색깔을 보고 알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아니면, 포스트잍색상을 이터레이션(마일스톤)별로 정해도 좋았을 것 같다. 전체 기간에 대한 회고였으므로.
팀원이 3명밖에 안되니깐, 분량이 적겠지 싶어서 점 테이핑을 안했었는데, 덕분에 토론 시간이 생각보다 꽤 길어졌다. 쉬는 시간이 없었는데, “좀만 더 하면 끝나겠지.. 좀만 더 하면 끝나겠지..” 하다가, 쉬질 못했다. 1시간 30분이나 걸릴줄 알았으면, 중간에 쉬었어야 했다. 한 명이 몇분 이상 말을 하지 못하는 규칙도 필요할 듯 싶다. 주로, 진행자인 내가 많이 떠들긴 했지만, 진행 이외의 상황에서도 화자(話者)의 말이 길어지면서 노이즈가 섞이는 경우가 많았다. 모래시계나 스탑왓치와 같은 도구를 사용한 시각적인 압박이 필요했다. 회고 진행시에, 랩탑이 있다면 Online Stop Watch도 괜찮은 선택인데, 우린 랩탑이 없었다. 모니터를 가득 메우는 숫자가 파닥파닥 하고 움직이면, 심리적 압박이 느껴지면서, 화자의 노이즈가 줄어들기에 효과가 좋다. 사람이 아무리 적어도, 말하는 내용의 주제는 3~4개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시간과 집중을 관리하는데에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점 테이핑을 하나보다. 그래. 점 테이핑이 필요했었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인데, 3명밖에 되질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행이도 방관자는 없었다. 따로 Facilitater(촉진제 역할을 하는 사람)를 정하지 않았는데, 적당히 잘 진행되었다. 회고에 대한 회고에서, 팀원들은 회고 자체에 대해서 긍정이 섞인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으며, 그동안 무슨 작업을 했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서, Ticket을 확인했으면 좋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제는 서버가 날아가서 티켓도 못 보지만 뭐…)
아, 마지막으로 정말 아쉬웠던 것은, 회고를 기록하지 못했다. 3명중 한명이 기록을 하면, 기록이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굉장히 늦어질 것 같았고, 말하는 사람이 적는 사람을 보며 천천히 말하며, 말하는 사람의 사고 과정도 느려질 것 같았다. 회고를 통한 느낌, 감정, 교훈의 공유가 기록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단계들 사이사이에 딜레이 타임을 가지면서, 간단하게라도 기록을 하거나, 녹음을 했으면 조금 더 좋았을 듯 싶다.
이건 잘한건지 잘못한 건지 모르겠는데, 원래 회고는 감정보다는 이성에 맞추어서 진행하는게 원칙이다. SMART원칙도 이성에 대한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번 회고는 프로젝트를 끝내는 시점에서의 회고였고, 진행하는 동안 서로간에 쌓였던 불만사항 같은 항목들을 서로간에 풀어내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회고자리에서 한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섭섭했던 것, 서운했던 것을 언급한 것이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다른 팀원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사실, 회고가 아닌, 회식 자리에서 하는게 맞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있다.
이번 회고로 인해 팀원들 모두가, 다음번 프로젝트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하든지간에, 더 즐겁게 할 수 있고, 더 많은 만족감을 남기길 희망한다. 더불어, 다음번에는 좀 더 좋은 회고를 하고 싶다.
– 이상한 나라의 종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