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8일부터 2박 3일간, 서울 남산 유스호스텔에서 P-camp & 대안언어축제 2008이 열렸다. P-camp는 Process, Project, Products, People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하는 행사이고, 대안언어축제는 개발자들이 모여서 평소에 자신이 주 업무시에 사용하지 않던 ‘언어’들을 접하고 함께 즐기고 노는 행사이다. 이번에는 P-camp와 대안언어축제가 연합행사로 진행되었다. 금요일은 수업을 듣느라 참석하지 못하고, 3일중에 토-일 이틀간 참여했다.

이번에는, RTD(Real Time Documentation)라는 것으로, 행사 내내 동영상과 사진과 문서로, 내용 전체가 기록되는 방식을 취했는데, 행사장에 걸린 비디오 카메라는 24시간동안 촬영하고 있었고, 따로 비디오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자원봉사자 몇 분이 여기저기 찍으며 돌아다니셨다. 아래의 영상은 행사 둘쨋날 사진들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내 모습도 중간에 0.5초 정도 스쳐지나간다. -_-;;

30분 전의 장면들까지도, 동영상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래서 Real Time이구나 싶었다. 둘쨋날 밤에 상영된 다른 동영상도 있는데, 그것은 아직 유튜브에 올라오지 않은듯. 그 밖의 첫째날 동영상도 있다: http://kr.youtube.com/user/anpshare2008

그 밖에, RTD를 단지,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기록한 것이 아니고, 참가한 150여명의 인원이 행사 기간동안 실시간으로 기록을 남기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접속량이 폭주해서인지, 갑자기 너무나 많은 페이지가 생겨서인지, 구글 사이트에 만든 해당 사이트가 차단당했다;;

이 사태에 대한 김창준님의 글: 애자일 이야기 : 구글 유감

후기를 쓰면서, 링크할 페이지가 많았는데, 안타깝다. 후기가 늦어지면 신선도가 떨어지니, 나중에 차단이 풀리면 좀 더 이야길 하기로 하고, 짧은 글과, 사진들로 때워본다. 큰 사이즈의 사진들은 피카사웹에 있다: http://picasaweb.google.co.kr/anpshare.2008

토요일 아침에는 대강당에서 언어 튜토리얼2가, 오후 3시까지는 언어 튜토리얼3이 진행되었다. 소강당에서는 STEN의 권원일님의 테스팅에 관한 컨퍼런스와, Creative Commons에 대한 강좌가 열렸다. 언어 튜토리얼은 Ruby, Lisp, Squeak(Smalltalk), Haskell, Processing, eToy, VVVV, Quartz Composer, Flex/AIR, Scratch, Merb 등의 언어, 프레임워크, 툴 등에 대한 튜토리얼이 테이블 여기저기서 펼쳐졌다. 나는 달룟님께서 진행하신 Squeak(Smalltalk) 세션을 들었는데, 궁금해하던 스몰토크에 대한, 그리고, 스퀵이라는 환경에 대한 소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다. 스몰토크 세션을 고른 이유는…

  • OOP의 아버지 Alan Kay가 Smalltalk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알려져있고,
  • C++이나 Java보다도 Smalltalk가 더욱 객체지향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XP의 창시자 Kent Beck도 Smalltalk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길 들었고,
  • Ruby가 영향을 받은 Perl, Python, Lisp, Smalltalk중에 접한 적이 한번도 없었으며,
  • Design Patterns이 처음 나온 곳도 Smalltalk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Smalltalk가 객체지향에서 뭐 그리 대단한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어느정도 깨달은 것도 같다. deploy가 어렵기 때문에, 상업용 프로그램을 만들기에는 쉽지 않지만, 배울점이 너무나도 많은 언어였다. Smalltalk with Style을 제본한 책도 받았으니, 틈날때마다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라이센스가 풀렸다고 한다.). 냄비 받침으로 쓰지 말라고 하셨으니, 꼭 읽어볼께요. ~_~

중간, 휴식 시간에, 처음보는 분이 본명이 써있는 내 태그(명찰)를 보면서, “종텐님 아니세요?”라며 물어봤는데, 상대방의 태그를 보니 이름 옆에 익숙한 아이디가 써있는게 아닌가? 아침놀(daybreaker)님이었다.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네요. 좀 더 과제에 찌든 폐인일줄 알았는데…“라는 공격을 하시던 아침놀님에게, Textcube에서 몇일동안 만든 소스가 느려서 trunk에서 지워버렸다는 슬픈 이야기도 듣고, 재학중인 카이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점심시간에 맥북 프로에 악보를 띄워놓고, 능숙한 피아노 연주 스킬도 보여주셨다. 피아노를 어찌 그리 잘 치시냐는 내 질문에, 10년 넘게 쳤다고 대답하셔서 그냥 포기했… orz

그 다음에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자유 프로젝트와 미디어 아트로 나뉘어졌다. 나중에 봤을 때에는, 미디어 아트도 상당히 재밌었을 것 같았지만 ㅠㅠ 나는 일단 청소년을 위한 웹 서비스를 만든다는 말에 혹해서, 자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페르소나’라는 방식으로, 팀별로 주어진 인물 설정을 정하고, 그 설정들을 다른 팀에게 준 후에, 각자 받은 설정의 청소년을 위한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이나 Axure를 통한 기획을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페르소나’라는 재밌는 것과, 협업에 대한 경험을 가지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시간의 압박이 좀 있긴 했지만… ㅠ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좀 덜 심각하고, 재미나게 할껄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일본에서 살다와서 한국어를 하나도 못하지만,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한국에 전학온 학생을 위한 SNS 서비스를 기획했는데, 너무 심각했던 것 같다. 좀 더 유쾌하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_-a

우리팀은, “공부는 죠낸 잘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는데, 왕따가 되서 자퇴했으며, 싸이월드를 하고싶어하는데 친구가 없어서 좌절하며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는 부잣집 외동딸”이라는 설정을 만들었는데, 이 설정을 받았던 팀은, 고객(여학생)에게 돈을 받고, 훈남들에게 알바를 시켜서 고객 미니홈피에 친구인양 댓글을 달아주며, 훈남들에게는 그 수익을 나눠주는 엽기적인 서비스를 기획했다. 설명을 듣던 사람들 전원 폭소.

그 후에, 저녁을 먹고…

저녁식사 후에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을 받았던 LETS를 했다. LETS는 김창준님께서 제안하셨다. 오프라인에서 김창준님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2002년부터 이분의 글을 통해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자극을 받아왔다.

LETS라는 것은, 지역 화폐 시스템의 줄임말인데, 사실, 제목만 봐서는 느낌이 잘 오질 않고, 간단히 설명하자면…

각 사람마다 4장의 포스트잇을 받고, 그 분야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을 2가지씩 적는다. 그 포스트잇들을 각자 아래 사진과 같이 생긴 큰 판에 붙인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핵심이다. 우리는 그 기회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셨다. 이 LETS를 통해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서로 배울 수 있는 것과, 알려줄 수 있는 것을 벽에 붙은 광고들을 보며 찾는 거다. 그리고, 해당 상대를 발견하면, 마이크로 달려가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른 후에, 시간 약속을 잡는다. 어떤 주제마다 20분씩이고, 테이블이 A부터 Z까지 26개가 마련되어있는데, 이야길 들은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땀”이라는 가상의 화폐를 지불한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땀”을 받았으니 플러스가 되고, 배우면 “땀”을 지불했으니 마이너스가 된다. 이 LETS라는 것에서 가장 좋은 것은, 플러스도 아니고, 마이너스도 아니고, 0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너무 거래가 없을 수도 있으니, 한번 이상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알려준 사람에겐 간식을 주었다.

솔직히, 나는,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이게 과연 잘 될까?”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내가 과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까?”하는 정보도.

하지만… 점점 붙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잘 하는 것 게시판도 아래와 같이 가득 차고, 사람들도 북적대서 근처에 다가가기도 쉽지 않아진다.

금새, 시장통처럼 여기저기 시끄러워지면서, 마음에 드는 주제를 가르쳐줄 사람을 찾았으면, 마이크로 달려가서 게시판에서 본 이름을 애타게 불러본다. (아래 사진. 나 근데 왜 이렇게 어벙한 표정으로 찍혔지;;;)

금새, 여기저기서 시간 약속들이 잡히고,

여기저기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들이 일어난다. 그 주제는 PMS 관리, 버전관리툴, 오픈소스 참여하기, IO언어 기초, 얼랭 기초와 같이 개발자에 국한된 것도 일부 있었으나, 살사 댄스 추는 법, 면접 방법, 1달만에 토익점수 100점 올리기, 처음 보는 사람과 쉽게 대화하기, 블로그에 글 안쓰고 구글 순위 올리기, 온라인게임 빠른 레벨업 방법, 보험상품 알아보기, 마누라에게 혼나지 않는 방법, 한달만에 10kg 빼기, 혼자 여행하는 법, 잔머리 100% 활용, 일본어 공부법 등과 같이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고, 굉장히 활발했다. 아악! 살사댄스를 못 배웠어! ㅠㅠ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라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북적대고 막 바글바글한게, 마치 시장같았다.

LETS는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김창준님은 외국의 모임에서 이 행사를 경험해보고, 같이 이런 신선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시도해봤다고 하셨다. (정정합니다.) 김창준님께서 지역 화폐 시스템을 서비스 위주로 하는 것을 고안하셔서, 이번에 오프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여러명이 한꺼번에 하는 것을 최초로 시도해보셨다고 하셨다.

P-camp & 대안언어축제 2008에 참가한 사람은 자원봉사자를 포함해서 150여명이었다. 그중에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중간에 회사로 가신 바쁜 분들;;;을 포함해도, 10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그 많은 인원이 단 2가지씩만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니, 이렇게 다양한 주제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항상, 자신은 남에게 알려줄 준비가 덜 되었다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가진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충분히 많다. 그 정보나 내용이 정말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도, 각 사람들은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35년이 넘게 살아왔는데, 그 긴 세월동안, 전문가까진 아니더라도, 타인이 필요로하는 정보들을 몇가지는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우린 그런 것을 잊고 살아온게 아닌가 싶다. 나는, 우리는,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런 것을 세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

LETS를 마친 후에는, 기록된 RTD 영상을 보고, 그날 후기를 한 후에, 각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취했다…

…가 아니고, 어느 방에 모여서 술자리를 가졌다. ㅋㅋ 처음엔 20여명이서 시작했는데, 점점 늘어나더니 50명 가까이 된 듯 싶었다. 업계와 관련된 심오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여기서도 주제별로;; 방을 나누고, 다시 그 방에서 술을 마셨는데… 나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오덕오덕한(?!) 방을 골라서 6~7명으로 시작했으나… 이상하게 사람들이 한두명씩 오더니, 그 방도 갑자기 30~40여명으로 뿔어버렸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었던 밤이었다. 각종 비화들이 펼쳐졌다. 이런저런 회사들의 숨은 사정(?)들도 알 수 있었다. “제가 사실은 ㅇㅇ회사에 다니는데, 어쩌다가 고객사의 데이터를…“이라던가, 너무나도 강했던 “옛날에, 오라클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슬픔에 고객의 서버 전원버튼을 눌르신;; IDC에서 일하셨던 분, 아아~ 독.한. 여대생분도 있었고, 자신의 버그때문에 회사가 큰 금액을 손해본 이야기라던가, 그 옆에서, “그게 너였어?”라고 말씀하셨던 분, 넉달간 만들던 프로그램을 순간의 실수로 날려버린 내 얘기도 하고… (난 슬펐던 기억인데, 사람들이 좋아하더라는 ㅋㅋ;;) 새벽 4시쯤 되어서, 너무 피곤하야… 침대 위로 도망가 쓰러졌다.

3일째, 졸린 눈을 부비며 부시시 일어나서는, 강당에 모여, 전날에 했던 프로젝트들을 전시(?)하고, 각자 느낀바들을 공유 사이트에 기록했다. 구글에서 차단을 당해서 중단해야 했지만. =_= 그 후에는, 나부군님의 지도(?)하에, 레크리에이션같은(?!) 후기를 함께 나눴다. 나부군님은 “후기를 나누는 방법”에 관한 스터디 모임을 나가시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셨다고 했다. 어쩐지 좀 신선하더라니. 시간이 빡빡해서 글씨가 날라갔으나, 좋았던 점, 재밌었던 점, 등등을 공유하고, 엽서도 썼다. 그리고는, 카메라 앞에서 다같이 손을 흔들면서 행사를 마쳤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배움과 열정이 있다.

[ 관련 사이트 ]

  • RTD 공유 사이트: http://sites.google.com/site/anpshare/
  • 동영상: http://kr.youtube.com/user/anpshare2008
  • 블로그: http://pna2008.tistory.com/
  • 사진: http://picasaweb.google.co.kr/anpshare.2008
  • 위키: http://altlang.com/anp/wiki.php/FrontPage

개인적으로는, 금요일 수업때문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첫째날부터 참여를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아래 동영상은, 첫째날 소강당의 모습이다.

PNA2008 Day-1 Interval from HIDE on Vim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