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치를 높이는 주문
2008/08/16 23:09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내 옆자리에는 한 친구가 앉아있었는데, 그 친구가 화를 내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나는, 어느정도의 자극을 가해야 저 친구가 화를 낼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여러가지 실험을 했고, 긴 시간 끝에, 결국은 내가 승리했다. 녀석을 화내게 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 때, "도인이 아닌 이상,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그 후로는 그런 실험을 하지 않았다.
이런 실험의 동기는, 내 자신의 역치가 낮기 때문이었다. 다혈질인 나는 쉽게 화를 내는데, 쉽게 화를 내지 않는 상대를 보니 뭔가 승부욕이 생겼다. 상대가 인간임을 증명하고 싶었다. 다크나이트에서 하비 덴트를 타락시키던 조커의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오~ 물론, 나는 조커만큼 사악하진 않지만.
화는 쌓이면 폭발한다. 화는 마치 쓰레기 같아서, 땅에 묻어 수십년이 지나면 썩어서 없어지지만, 썩기전에 또 묻으면 넘친다. 쓰레기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썩게하느냐하는 것은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다. 분명한 사실은, 화는 쌓이면 폭발하는 법이다.
그러면, 일시적으로라도 역치를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없으면 이 글을 썼겠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몇일전 내가 폭발하면서 기억이 났다. -_-
예전에 친구가 알려준 방법이다. 이것은 다소 비-윤리적인 방법이다.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화를 쌓거나, 폭발시키지 않고, 상쇄시킬 수 있다. 간단한 주문이다. 자신을 짜증나게하는 상대방을 쳐다보면서, 속으로 아래 주문을 계속 속으로 되뇌이면 된다.
너는, 내게 주어진 시련과 역경과 고통이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 제공된 스테이지에 불과하다. 나는 미약한 네 존재 따위에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을 것이고, 네게 영향을 끼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를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너를 넘어설 것이다. 너는 내겐 그냥 지나가는 장애물에 불과하다. 장애물 경주 선수가 허들에 걸려 넘어진다고, 허들한테 화 내는 거 봤나?
특히, 상대방이 말이 안 통하거나, 자신의 상사/선배이거나,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있을 때에 효과가 좋다. 다만, 자신이 이 주문을 외우는 것을 상대가 알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만약, 싸우고 싶고, 상대를 도발하고 싶은 상황이라면, 소리내서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풋-
주의사항.
이 주문은 이기적이다. 마찰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주문은 이기적이다. 타인을 벌레 취급하면서, 내 이미지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 Jong10

